2025년 5월 8일,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 가톨릭 매체들은 새 교황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초기 보도들은 새 교황의 개인적인 매력과 리더십 비전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미디어 서사와 교회가 직면한 현실 과제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연 언론이 그린 새 교황의 모습이 전부였을까, 아니면 전략적인 이미지 구축이었을까.
가톨릭 매체 기사들에서는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공통적인 표현과 전략이 사용되었다.
- "첫 ○○ 교황" 수식 사용: "첫 미국인 교황", "첫 아우구스티노회 교황" 등의 '첫'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이는 교황직의 새로운 지평을 강조하고 역사적인 순간임을 부각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려는 의도였다.
- 겸손하고 친근한 인품 강조: "소탈한", "친절한", "차분한", "균형 잡힌" 같은 형용사가 반복 사용되었다. 트레이너 등 주변 인물의 증언을 인용해 "화를 내거나 짜증내지 않는 인품"임을 강조하며 교황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감을 높였다.
- 일상적 단어와 사례 활용: "헬스장", "테니스", "야구", "피자" 등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단어들이 기사에 자주 등장했다. "교황이 앉았던 야구장 좌석 기념", "시카고 피자 출시" 같은 사례를 통해 교황을 대중문화 속 인물처럼 묘사했다. 이는 가톨릭 신자 외 일반 대중에게도 관심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었다.
- 성경적 및 영적 언어와 비유 활용: 교황의 행보를 전하면서 "목자", "양 떼", "형제애", "평화" 등 성경이나 영성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빈번히 사용되었다. 교황의 첫 인사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름 '레오'와 레오 13세 회칙 연결 등은 교회의 지속성과 교리를 강조하는 수사였다. "진흙 속의 목자" 같은 비유로 예언자적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 전임 교황 및 공의회 인용: 레오 14세의 말과 글을 전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이 자주 인용되었다. "시노드 정신", "공의회적 교회상" 등은 새 교황이 교회의 일관된 흐름 안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종합하면, 가톨릭 언론 보도들은 레오 14세 교황을 역사적으로 새로우며 겸손하고 친근하며 개혁과 전통을 조화시키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구축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긍정적이고 고무적이었지만, 전략적으로 구성된 측면이 강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와 교회가 직면한 현실 과제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긍정적 이미지 뒤에 가려진 교회 현실 과제들
가톨릭 언론이 그린 레오 14세 교황상은 인물 개인의 매력과 비전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교황에게는 단순히 훌륭한 인품을 넘어 교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 언론 서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진 현실 과제와 이미지 사이의 괴리는 다음과 같았다.
- 성직자 성범죄와 교회 투명성 문제: 수십 년간 이어진 성직자 성학대 스캔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대한 과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중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미진한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새 교황은 과거 학대 사례에 책임지고 재발을 막을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 언론 보도에서는 이러한 성학대 문제가 교황의 인간미 서사에 밀려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교황의 과거 대처나 향후 계획에 대한 심층 분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친절한 교황님' 이미지만 부각될 뿐, 피해자들의 목소리나 구조 개혁 요구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다.
- 교회 내 개혁의 지속성과 한계: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잇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황청 개혁 미완료, 바티칸 금융 투명성 및 부패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한 시노드 후속 과정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견과 갈등이 존재하며, 일부 국가교회는 급진적 제안을 하는 등 교리적 일치성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초기 보도들은 주로 교황의 긍정적 면모에 집중하여 이러한 복잡한 딜레마에 대한 조명이 부족했다. 교황의 평화 호소는 강조되었지만, 교회 내부의 평화를 어떻게 이루고 균열을 치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깊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 여성의 역할과 젠더 이슈: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의 교회 참여를 제한적으로 확대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과거 주교 임명 심사에 여성을 참여시키는 등의 조치를 주도해 여성 역할 증진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요구는 여성 서품, 의사결정 권한 부여 등 더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새 교황 취임 직후 여성사제서품 촉구 시위가 벌어진 것이 현실을 보여준다. 언론 보도는 이러한 갈등 상황보다는 교황의 의중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 여성들이 바라는 구조적 변화 요구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다. 이는 교황 이미지 유지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교회 여성들의 현실과 기대를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보도 태도였다.
- 교황청 외교와 세계 정세: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직후부터 세계 평화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다. 언론은 그를 "평화의 중재자"로 칭하며 기대를 표했다. 그러나 이는 프란치스코 시대에 겪은 외교적 한계(중국과의 긴장, 중동 분쟁 중재 난항 등)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새 교황 앞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교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외교 현안들이 산적해 있었지만, 언론 보도에서는 구체적인 과제보다 교황의 평화 의지와 연설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결론적으로, 언론이 그린 레오 14세 교황의 초상은 매우 호의적이고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 문제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일상적 인간미’ 서사의 전략성과 평가
특히 헬스장 일화나 스포츠 취미담처럼 교황의 일상을 부각하는 스토리텔링은 새로운 교황에 대한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전략적인 홍보 서사로 볼 수 있다. 교황청과 가톨릭 매체는 의도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확산시켜 교황을 성역화하기보다 친근한 인물로 느끼게 하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때부터 사용된 이미지 전략의 연장선에 있었다.
이러한 인간미 중심 서사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전 세계 신자들에게 교황청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하고, 교회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지도자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를 쌓는 데 기여한다. 언론 입장에서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 좋은 흥미로운 소재이기에 적극 다룰 유인이 있다.
하지만 그 전략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서사는 교황청과 언론이 새 교황의 초기 이미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때로는 교회의 어려운 이슈들을 잠시 잊게 하는 '이미지 마케팅'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헬스장 일화에 사람들이 미소 짓는 동안, 교회 내 성직 남용 문제나 교리적 논쟁 같은 중요한 구조적 난제들은 보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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